1편에서는 유럽 곳곳이 40도를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에펠탑 앞 분수가 시민들의 피서지가 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습니다.

왜 유럽은 이렇게까지 뜨거워졌을까요?

단순히 태양이 강해서는 아닙니다.

이번 폭염의 핵심에는 열돔(Heat Dome)이라는 기상 현상이 있습니다.

많은 뉴스에서 열돔을 언급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폭염을 만드는지까지 쉽게 설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열돔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오메가 블로킹, 도시 열섬현상, 기후변화와의 관계까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강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현상 구조


유럽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은 '열돔현상'입니다

이번 폭염을 만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열돔현상입니다.

열돔은 강한 고기압이 특정 지역 상공을 오랫동안 덮으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하늘에 거대한 뚜껑이 덮인 상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원래는 지표면이 뜨거워지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그 자리를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채우면서 기온이 어느 정도 조절됩니다.

하지만 강한 고기압이 상공을 덮으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그 결과 뜨거운 공기가 계속 축적되고, 지표면은 매일 더 강하게 달궈집니다.

핵심은 '뜨거운 공기가 계속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한눈에 이해하는 열돔현상

평소의 날씨



열돔현상




제트기류가 Ω 모양으로 휘어진 오메가 블로킹



그런데 왜 고기압은 움직이지 않을까요?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바로 오메가 블로킹(Omega Blocking)입니다.

평소 지구 상공에는 제트기류(Jet Stream)라는 매우 빠른 바람이 흐릅니다.

이 바람은 고기압과 저기압을 이동시키면서 날씨를 계속 바꿔 줍니다.

그런데 제트기류가 크게 휘어 그리스 문자 Ω(오메가) 모양이 되면 고기압이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이를 오메가 블로킹이라고 합니다.

즉,

  • 오메가 블로킹은 고기압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 그 결과 열돔이 오래 유지됩니다.

이번 유럽 폭염이 며칠이 아니라 수주 동안 이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고속도로를 떠올려 보세요.

평소에는 차량이 계속 이동하므로 정체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고 긴 정체가 이어집니다.

오메가 블로킹도 비슷합니다.

제트기류의 흐름이 막히면서 고기압이 같은 자리에 머물고, 그 아래 지역은 계속 뜨거워지는 것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유럽 지표면 온도 위성 이미지


뉴스에서 말하는 40도보다 실제 도시는 더 뜨겁습니다

뉴스에서 발표하는 40도는 기상 관측 기준에 따라 측정한 공식 기온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걷는 도시는 더 뜨겁습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햇빛을 흡수해 많은 열을 저장합니다.

건물 외벽과 광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낮 동안 축적된 열은 밤에도 계속 방출됩니다.

그래서 폭염이 길어질수록 도시 전체가 거대한 난로처럼 변합니다.

이 때문에 체감온도는 공식 기온보다 훨씬 높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도시 열섬현상이 폭염을 더 심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도시 열섬현상(Urban Heat Island)이 더해집니다.

도시는 숲이나 농촌보다 건물과 도로가 많습니다.

이들은 태양열을 흡수한 뒤 천천히 방출합니다.

또한 자동차와 산업시설, 냉방기기에서 발생하는 열도 도시 기온을 높입니다.

그래서 같은 기온이라도 도심이 외곽보다 더 덥게 느껴집니다.

특히 파리처럼 오래된 석조 건물이 밀집한 지역은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열돔을 만든 것이 아니라 '더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 때문에 열돔이 생긴 것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열돔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자연적인 기상 현상입니다.

다만 지구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같은 열돔이라도 과거보다 훨씬 높은 기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 열돔은 오븐
  • 기후변화는 오븐의 온도 조절기

입니다.

오븐이 같은 시간 작동해도 온도가 더 높으면 결과는 훨씬 뜨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 핵심만 정리하면

✔ 열돔현상은 강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입니다.

✔ 오메가 블로킹은 고기압이 한곳에 오래 머물도록 만드는 대기 패턴입니다.

✔ 도시 열섬현상은 폭염을 더욱 심하게 체감하게 만듭니다.

✔ 기후변화는 열돔을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폭염으로 만드는 배경 요인입니다.


다음 편 예고

폭염의 원인을 이해했다면 이제 또 하나의 의문이 남습니다.

"유럽은 선진국인데 왜 에어컨이 부족할까?"

다음 글에서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 왜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지
  • 왜 실외기 설치가 쉽지 않은지
  • 왜 이동식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리는지
  • 왜 폭염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지

를 생활 속 사례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3편  👉 왜 유럽은 폭염에 더 취약할까?

도시 구조와 냉방 인프라, 에어컨 문화의 차이를 살펴봤습니다.